자재 청구서 열두 건 처리하느라 40분씩 결재선 짜던 아침 사라졌다
규정집 뒤적이며 사람 이름 찾던 300인 제조사 생산관리팀이 겪은 아침 풍경의 변화
월요일 오전 8시 30분, 경기 남부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 생산관리팀 사무실에는 모니터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밭게 울렸다. 조립 라인 가동 전에 자재 청구서를 상신해 두어야 당일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하루 평균 열두 건, 납품 물량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마흔 건까지 늘어나는 자재 청구 문서를 시스템에 띄우고 결재자를 지정하는 작업으로 이 팀의 아침이 시작됐다.
사람 기억에 기대던 내부 규정
"정작 승인 도장을 받는 시간은 길지 않다. 매번 이 자재 건을 누구까지 결재선에 올려야 하는지 사내 전결 규정을 확인하고 조직도를 뒤적이는 데 품이 더 들었다."
생산관리팀 A팀장은 당시를 이렇게 되짚었다. 종이로 인쇄된 위임전결 규정집에는 기준이 적혀 있었다. 청구 금액이 500만 원을 넘으면 사업본부장 결재가 필수였고, 외주 가공 자재는 공정 기술 담당자와 구매팀을 거치도록 짜여 있었다. 문제는 규정의 내용을 확인해 시스템 화면에 일일이 사람 이름을 집어넣는 몫이 기안자에게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정기 인사이동 직후나 보직 변경이 있는 주간에는 어김없이 결재선 지정 실수가 빚어졌다. 공정을 건너뛰어 결재를 올렸다가 반려 처분을 받고 서류를 처음부터 다시 작성하는 일이 반복됐다. 라인 투입 시점이 몇 시간씩 지연되는 날도 있었다.
조건 따라 달라지는 결재 경로
회사는 문서 서식에 사내 규정을 직접 반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룹웨어 G-Ware의 결재선 자동지정 기능을 적용해 문서 종류와 기안 부서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청구 금액과 자재 분류에 따라 필요한 승인자가 화면에 자동으로 올라오도록 체계를 바꿨다.
승인자 지정 기준도 특정 개인의 이름 대신 직위와 직책으로 묶었다. 팀장이 바뀌거나 본부장이 교체되어도 인사팀에서 조직도 데이터를 갱신하면 결재 경로가 함께 변경되는 구조다.
기안자가 결재선을 임의로 고치거나 누락할 여지가 줄면서 반려 건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게 현장 관리자들의 설명이다.
물량 몰릴 때 드러난 누적 효과
체계 정비의 결과는 서류 작성 건수가 치솟는 생산 성수기에 두드러졌다. 평상시 하루 열두 건 기준으로는 서류당 1분 안팎, 하루 10여 분을 덜 쓰는 수준이었지만 하루 40건을 넘나드는 시기에는 결재 경로를 지정하는 데만 쓰이던 40분이 오롯이 현장 점검 시간으로 돌아왔다.
A팀장은 "오전 일과를 시작할 때 서류 지정 오류로 반려를 당할까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되는 점이 작업자들에게는 더 실질적인 변화"라고 전했다.
다만 도입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부서별로 예외적인 승인 절차가 뒤엉켜 있어 초기에는 그룹웨어 적용보다 전결 규정 자체를 매끄럽게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회사 측은 한 달간의 규정 정비 기간을 두고 현업 부서의 개별 요청을 정리한 뒤에야 전면 적용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 본 기사의 사례는 도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기사의 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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